이희재 『번역전쟁』

하다다 2021. 7. 12. 22:18

말을 상대로 한 보이지 않는 전쟁, 말과 앎 사이의 무한한 가짜 회로를 파헤친다.

 

작년 겨울, 교수님이 내게 번역을 제안했을 때 나는 출판까지 욕심냈다.

혼자는 어려울 것 같아서 영어 잘한다는 친구들이 몇 있다고 자랑했다.

주변에 외국에서 공부한 친구도 많았기에 제안해볼만 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번역은 영어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미술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며

내가 제일 잘 알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이 일을 정말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과제로 번역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고 재밌었다.

파파고로 1차 돌리고, 2차로 직역을 수정하고, 3차로 발표하기 편하게 의역하는게

이 글들이 내 것이 되는 것 마냥 뿌듯했다.

 

번역을 해야겠다 마음 먹고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했다.

'번역'에 관련된 책이 예상보다 많아 놀랐다. 

그 중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이 두꺼웠고, 제목은 세보였다.

어떤 책인가 서문 정도만 훑어봐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혀졌다.

'와, 이렇게 글쓰고 싶다.' 설레기 시작했다.

 

그럼,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일까.

 

번역자로 일하면서 나름의 원칙이 있었다면 번역문에서 될수록 외국어의 흔적을 남기지 말자는 것이었다.
외국어가 거북해서도 아니었고 한국어가 자랑스러워서도 아니었다. 문턱이 낮은 번역을 하고 싶었다.

 

 

다원주의, 극우, 포퓰리즘, 민영화...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들은 오래전에 세상을 돈으로 움직여온 사람들에게 점령되고 왜곡되었다.
말을 바꾸면 현실이 달리 보인다!

나는 단 한번이라도 번역된 단어들을 의심한 적 없었다. 

말, 글, 번역의 중요성을 모르는 번역가는 위험하구나.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단순히 개인의 만족을 위한거라면 안되겠구나.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러한 무지의 무서움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말과 앎을 잘 이으려고 한다.
말과 앎 사이에는 무한한 가짜 회로가 있다는 두려움 탓이다.

어떤 단어들이 뱀처럼, 정치·사회적으로 잇속에 맞춰

움직여왔는지 계속해서 설명한다.

 

나는 이희재 번역가의 책을 더 읽기로 한다.

다음 책은 『번역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