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드로잉 수업을 앞두고 오전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방문했다.
과천역에 내려 미술관까지 가는 그 길이 세상 제일 평온하다.
행복을 넘어 천국의 쾌락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짜릿하다.

자신의 시간을 이렇게들 할애하다니, 부러웠다.




근데 이것은 뭐다냐..관리하지 못할 거면 치와라. 붙였다 떨어진 스티커가 대롱대롱 걸려있다.


정말 알찬 전시에, 부담감이 밀려온다. 내게는 2시간밖에 없으므로..슬프다. 나라는 사람.


6-70년대 작가들의 작품에 많이 보이는 듯. 박수근이 생각나네 난. 맞나.

차분한 전시장의 색감과, 구도가 Quac에게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예술기획을 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하였지만, 아직 기획을 공부하지 못한 자. 2차를 기대해본다.

예전에 갤러리에서 근무할 때 접한 곽인식의 작품은, 비슷한 작품의 반복. 그 작품들만을 쫓는 사람들의 거래.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곽인식의 낯선 작품들 앞에 무지하게 서있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돈이 되는 비슷한 작품만을 쫓아 바라보며 곽인식이라는 작가를 정의했구나. 이 전시가 없었다면 난 앞으로도 그랬겠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했겠지.


우주같다. 행성같다. 이렇게 느껴지는 작품만 보면, 작가가 부러워진다. 작가는 우주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



전시를 보고 한참뒤에야 이렇게 글을 쓰며 작품을 바라보는데,
또 다르게 보인다. 붉은 새 한마리가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 같네.

이건 왜 세로지. 어떻게 세로로 봤을까. 했는데 그렇게 사인을 하셨더군. 허허


이상하게, 균형이 잘 잡힌 것 같다. 무게감이 좋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이었다. 스스로 캔버스 위에 올라서 짓눌러 하얀 뼈가 드러날때 까지 자신의 속살을 들춰내는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곽인식의 삶과 살의 무게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캔버스 위에서 더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찾아온지 한세기가 넘게 흘렀을텐데, 나는 여전히 놀랍다. 무에서 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손바닥 위에 바둑알 몇알 올려놓고 그윽-그윽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냈던 소름끼치는 촉감, 소리
그걸 넘어 캔버스 위에 작품으로 만들다니.







곽인식 브로셔에 있는 작품 인 것 같다. 깨진 유리. 사실 곽인식 작품에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말만 들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보다니


한 번 아름다운 건 여전히 아름답다. 곽인식의 전시 브로셔들. 나도 꼭 오래 사랑받고, 훗날에도 귀한 브로셔를 만들고 싶다. 내 전시를 기록하고 싶다.


송번수의 가시가 생각났다.










한 예술가의 예술인생을 가장 잘 풀어내는 ..과천관 최고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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